이용희lAugust 27, 2020l Hit 2069
요즘 MBTI 분석과 그에 따른 사람 분류가 유행인 것 같다. 친구들끼리 서로의 MBTI 유형을 예측해보고 맞추는 걸 하기도 하고, 친구 간, 연인 간, 심지어 직장 내 선후배 간 관계 양상을 MBTI 유형의 조합 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현상이 마냥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분류하는 걸 좋아한다. 아니 거의 본능적으로 수행하는 일인 것 같다. 다양한 개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떤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개체들을 여러 군집으로 분류한다.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에게서는 이러한 분류 작업이 필수적이다. 실험/분석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분류하고 각 데이터를 대표하는 특성을 관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분류작업을 사람에게 적용하는게 나는 거부감이 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떠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판단, 행동하는 것에 대해 크고 작은 불쾌한 경험들이 생각난다. 서울대라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게 있으면 바보 취급 받았던 군대 때도 있었고, 군필이라는 이유로 사회성 없는 꼰대 아저씨 취급을 받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꼰대스러움이 있긴 하다). 더 어렸을 때에는 남자라는 이유로 슬픈 영화나 드라마 보고 우는 걸로 많이 혼나기도 했다.
사람이 분류되는 것이 무섭고 기분 나쁜 이유는, 남들이 그 분류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남자지만 감정이 풍부하기도 하고 서울대 출신이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기도 하며 꼰대스럽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어떤 기준, 그 하나로 분류하고 나서는 그 분류만으로 나의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되고 나는 꼼짝없이 그 잣대만으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분류하고 나면 해당 기준으로 그에 대한 모든 걸 판단하게 된다. 사람을 단일 또는 소수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태도는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방해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니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분류된 사람에게 이 상황이 불쾌하게, 심지어는 폭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동일한 외모를 지닌 사람은 쌍둥이를 제외하고 존재하지 않는다. 외모도 그럴텐데 각자가 가진 성격, 특성도 모두 다른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걸 잊지 말고, 사람을 간단히 분류해서 잘못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