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인생의 soft label 설계하기

권대헌lNovember 28, 2024l Hit 16


나에게도 지난 일 주일 동안 슬럼프란 무엇이고, 과연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지에 관해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 있어 슬럼프란 가시적인 성장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 같다. 구체화하자면 들어간 노력에 대비하여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장과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슬럼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어쩌면 슬럼프는 피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바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하는 생각이고, 그러한 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되는 실망과 좌절은 우리를 기존의 목표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슬럼프에 대한 정의를 다시 보면, 슬럼프라는 현상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들어간 노력의 정도 (전제조건)
  2. 가시적 성장의 유무

 

즉 들어간 노력이 없다면 기대할만한 성과도 없으므로, 슬럼프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슬럼프는 특히 연구실과 같은 집단에서 그 위험성이 높을 것이다.  개별적인 프로젝트에 들이는 노력의 양이 매우 큰데 반해, 이것이 성공하여 충분한 보상을 받을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 슬럼프가 발생하면 동기부여를 잃고, 새로운 기회에 노력을 쏟는 것을 주저하게 되므로 성장하게 될 확률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애초에 슬럼프가 오지 않게 방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슬럼프를 방지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본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노력-성장의 선순환의 고리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그중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은 들인 만큼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기적인 달리기를 통해 체력을 관리하고 향상시키면 노력이 주는 가치를 알게 된다. 또 하루를 가벼운 조깅이나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시작한다면,  아침부터 한층 성장한 상태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성장을 다른 차원에서 정의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시적 성장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내부적으로 일어나는지에 관해서는 무지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성장의 비가시적인 척도를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내재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척도를 설계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인데, 바이넬에는 이미 peer credit이라는 훌륭한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노력 대비 들인 성과가 당장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바이넬 멤버들은 내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들여 일하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로 인해 머잖아 큰 성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을 peer credit의 형태로 가지고 있다. 

 

딥 러닝에도 soft label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Hard label에 대해 모델을 학습시키면 라벨 자체가 가지는 내재적 노이즈에 영향을 받기 쉽고, 부드러운 decision boundary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것보다는 데이터가 각 클래스에 속할 확률을 크고 복잡한 모델을 이용해 미리 계산하고, 이 확률을 soft label의 형태로 작은 모델에 입력시켜 주면 낮은 복잡도를 가진 모델이라도 더욱 쉽게 최적점을 향해 학습할 수 있게 된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오늘 하는 일들로부터 어떤 단계적 성공을 이룰 수 있을지 미리 설계해 봤으면 좋겠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일이더라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의 보상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루동안 한 일들을 수첩에 기록해서 보람을 느끼는 행위가 될 수도, 아니면 peer credit을 내재화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나를 비롯한 바이넬 멤버들 모두 인생의 soft label을 잘 설계해서,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