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꿈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

정윤진lApril 2, 2015l Hit 4500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첫 문장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꿈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꿈은 여러 목표를 낳아서 내가 가고자 하는 여정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꿈이 너무
나 크고 거대할 때
에는, 꿈 때문에 괴로워하고 우울해지고 삐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내 속에서 솟
아나오는 대로 살기에는 벽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실의 벽과 자신이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벽이 너무
높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꿈에게 잡아먹힐 것만 같은 순간이 많다. 내가 꾸는 꿈에 비해 내가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가장 우울해지고 초조해진다. 내 능력에 비해 꿈이 거창한 것 같아서 무섭다. 다음으로 가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
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가족 문제, 연인 문제, 돈 문제 등 현실적인
고비가 한 차례 올 때마다 한 번씩 꿈을 포기해야 할지 갈등 하게 된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낄 때에도 좌절하게 된다. TED 영상이나 좋은 세미나를 듣고 난 날 밤에 가만히 누워 그 사람에게
당당히 내 꿈을 이야기 할 수 있을 지 생각하다가 내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이불을 발로 차곤 한다.


    이런 좌절이 계속 되고 있지만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무모한 꿈을 계속 가져볼 계획이다.
어차피 꿈 꾸는 대로 사는 것은
원래 어려운 것이니까. 그런데 어떻게 하면 꿈에게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
명확한 해결책은 모르겠다. 일단은 그냥 꿈에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불나방이 불꽃에 날아들 이 내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계속 돌진해볼 생각이다.


    좌절이 계속 되어도 불나방의 삶을 살면서 우울함을 최대한 완화시키는 방법은 무얼까? 내가 하는 일을
즐기면 될 것이다. 하지만 좌절이 심해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졌을 때는 어떻게 다시 즐길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문득
어릴 때 동전을 넣고 하던 오락실 게임이 떠올랐다. 왜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은
그 게임을 그렇게 재밌게 계속 했을까?
7 살 짜리 순수한 어린 아이 한 명을 상상해 보자. 그 아이가 게임을
끝까지 깰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에 게임을 하는 것 같진 않다. 돈이 부족해도 부모님이 못하게 혼을 내도 흔들리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그 게임을 계속 하는 것 같다. 다른 어른들이 그 게임을 훨씬 잘 해도 질투나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뒤에서 구경하면서 어떻게 하면 저 사람처럼 잘 할 수 있을 지만 고민하기 바쁜 것 같다.


            


    내 자신이 너무 무력하게 느껴질 땐, 내가 하고 있는 일 위에 오락실 게임기를 그린다. 최대한 빨리 끝까지
깨려고 이 것을 하는 게 아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 오히려 이 게임이 끝나는 게 가장 두려운 상황이다.
다른 문제가 터져서 이 것을 하는데 지장이 생겼을 때에는
잠깐 그 문제에 집중했다가 다시 동전을 들고 이 오락기
앞에 돌아오면 된다. 누가 나보다 잘한다고 초조해 할 필요 없다. 나는 빨리
다음 차례에 이 동전을 넣고 내가
지금까지 나아갔던 것 보다 조금 더 멀리
나가기만 하면 된다. 누가 먼저 깼다고 해서 오락기는 없어지지 않는다.


    꿈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 그냥 나의 고민과 나의 고민 완화 방법을 적은 글이다.
다만 나의 이 고민이 누구나 할 만한 고민이기에 나의 고민 탈출 방법이 다른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어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