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모소대나무 이야기

송서우lAugust 6, 2020l Hit 1355


누군가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 받았 습니다.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모소대나무라는 식물 이야기이다. 이 모소대나무라는 놈은 아무리 농부들이 정성을 다해 키워도, 4년이 지나도 3cm 밖에 자라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통 5년 정도 되는 날부터, 하루에 30cm씩 자란다고 한다. 그리하여 6주만에 15m를 자라서 대나무 숲을 이룬다. 성장의 원리는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4년동안 겉으로 거의 자라지 않는 동안 땅속으로만 자란다고 한다. 뿌리를 계속 깊이 내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땅 위로 그대로 자라나는 것. 그러니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고, 당신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음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런 모소대나무의 특징은 PhD Tree 내지는 PhD Bamboo고 불릴 만큼이나 그 생육이 박사과정과 꼭 닮아 있다. 우선 박사과정 자체가 누가 잘 하고 못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결과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결국 학위를 따고 세상에 나갔을때, 세상이 알아주는 가치는 남들이 알아보지 않는 박사학위 기간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가에 상당한 연관이 있다.



좋은 글입니다만, 저는 이 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의 끝'을 학위를 받고 졸업을 하는 순간으로 여기는 일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학위를 받고 졸업만 하고 나면 세상이 박사학위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긴 터널이 박사과정을 받는순간 끝난다! 라는 맥락의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박사를 졸업하고 느낀 상황은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박사학위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도 하고, 학계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분야에서 소위 '인사적체', '학력인플레' 등이 심해지고 있지요. 제가 생각하는 지금 저의 단계 역시 아직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기도 하구요. 열심히 성장을 하다보면 결국은 어느샌가 나도 모르는새에 '15m나 자라버린 모소대나무'가 될 수 있겠지만, 예전에는 '박사 졸업 시점'이었던 그 시기는 점차 늦어지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학위과정을 견디며 졸업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는 앞이 막막해지는 소리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실을 다지는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졸업을 하고 보니, 그 전과 크게 달라진것이 있다고 생각들지 않고, 졸업 후 직장을 가진 선배님들을 봐도 또 항상 그 다음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돌아와서 다시 생각을 해보면, '모소대나무는 몇년간 겉으론 드러나지 않아도 혼자 그 모진 고생을 하고 있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 역시 '외부에서 바라본 시각' 이라고 생각합니다. 막상 모소대나무 본인 입장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자라나던 아니던, 혼자서 자기 몸속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 과정이 즐거웠을수도 있지요. 행복한 모소대나무에게는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 길고 지루한 기간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났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