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바이넬에 왔었을 때 취미로 사진을 소개하였었습니다. 그 이후로 연구실에 칩거하느라 사진을 접고 있지만.. 아무튼 카메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카메라는 광학/반도체/제어/통신 등이 융합되어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기계입니다. 또한 ‘Performance independent’한 사용자층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죠. 필름 카메라 매니아층, 혹은 특정 고가 브랜드 매니아층이 많고 이들의 소비능력이 매우 커서 다양한 대기업/ 스타트업들이 회유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번 인더스트리를 보시면 재미있을 때가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의 예시를 들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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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입니다’. 폴라로이드가 무엇이냐면 – 아래의 사진과 같습니다.
>폴라로이드의 대표모델 SX-70
이는 즉석 사진기이며, 찍으면 곧장 사진을 가질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 미국 폴라로이드사가 생산한 카메라이기도 하죠. 앤디워홀이 많이 사용하던 모델이기도 하고, 러브레터 등 각종 영화에서 한번쯤 보셨으리라 생각 됩니다.
미국 폴라로이드사는 90년대 즉석 카메라 시장을 휘어잡던 그룹입니다. 당시 코닥과 시장경쟁을 하다가 특허소송을 통해 그들을 시장에서 쫓아내 버린 회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진입하려다 타 회사에 밀려 실패하고, 회사 부실로 2001년에 파산 및 매각을 당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즉석 사진기의 상표권/판매권/관련 특허권이 미국 유명 벤쳐 캐피탈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 캐피탈의 결정으로 2007-2008년 카메라 및 필름의 생산이 끝나게 됩니다.
이때 The impossible project가 시작되게 됩니다. 미국 및 오스트리아의 폴라로이드 동호인이자 과학자인 몇몇이 뜻을 모아 이 카메라와 필름을 재생산 하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상표권, 관련 특허권을 인수하지 못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를 세상에 알립니다. 내용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사용되는 필름을 자체기술 개발을 통해 재생산 하겠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계승하는 카메라를 만들겠다’ 였고 소셜 펀딩을 2008년에 시작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는다’ ‘곧 잊혀질 제품을 왜 다시 만드냐’ ‘디지털 카메라가 최고 아님?’ ‘어느 세월에 R&D를 하냐’ 등등을 얘기하였고, 이 팀은 ‘경제논리는 모르고 취미생활로 돈을 벌려는 과학자들’ 이라는 평도 받았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2년후인 2010년에 이 프로젝트 팀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사용될 수 있는 필름을 다시 생산/판매를 하였고, 고장난 중고 카메라를 사들인 후 수리해 재판매 하는 방법을 통하여 카메라 역시 세상에 다시 등장 시킵니다. 2년간 그들은 폐쇠된 폴라로이드 공장을 사들였고, 다른 필름 생산업체들을 방문하여 노하우를 수집 하여 이러한 일들을 해냈습니다.
또한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은 매우 잘 팔리는(초창기에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단종 된 후에도 이의 감성적 측면을 기억하는 동호인들이 계속 유지 되었고, 영화 및 뮤직비디오에서도 이 카메라가 계속 노출이 되었기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새로운 유져층 유입도 일어났습니다. 수요가 유지 되는, 폴라로이드의 생산을 접은 캐피탈리스트의 생각과는 반대되는 시장 상황이 연출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이 ‘impossible project’는 전세계에 에이전시를 두고 카메라 R&D를 진행하는 회사로 성장했고, 세계 즉석카메라 시장에서 푸지와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https://www.the-impossible-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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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 그리고 우리 연구실의 연구원분들은 ‘Impossible projec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impossible한 이유는 이것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매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없을 거라 예상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불가능하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가능한 프로젝트도 목표하는 바가 확실한 사람이 뜻이 공유되는 팀을 만나고, 재미있게 진행한 후 결과물을 세상에 공유한다면 ‘불가능이 가능해 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좋아하는 일을 하였기에 후회는 없겠지요.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카메라 이야기 처럼요.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