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8일 이른 아침. 아내와 6개월 된 딸아이와 함께 스웨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길지 않았던 준비기간과 생애 첫 외국에서의 장기체류라는 점이 저에겐 상당한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비행에서의 피로를 가지고 우여곡절 끝에 7개월간 살게 될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아내와 저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우유라도 사둬야겠다 싶어 슈퍼마켓에서 대충감으로 사 온 우유는 묽은 요거트였더랬죠 ^^;;
그렇게 주거며 음식이며 하나둘씩 몸으로 부딪혀 가며, 그리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저희는 점차 swedishfy 되어 갔습니다 :)
여러분은 스웨덴을 어떻게 알고 있나요? IKEA와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가장 유명하죠.
오늘은 약 7개월간 스톡홀름에서 생활을 하면서 IKEA와 즐라탄 말고도 한국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게 몇 가지 있어 글을 써 보고자 합니다.
1. 보행자를 우선하는 운전자
우리는 어려서부터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는 좌우를 살 핀 후 오른팔을 번쩍 들고 건너라고 배웁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는 보행자들이 길을 건널때에는 일단 멈춤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짓을 하지 않아도 운전자들이 먼저 차를 세워주기 때문입니다. 비단 건널목에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뿐만이 아니라, 건널목을 향해 저 멀리서 걸어 오더라도 멈춰 줍니다. 오히려 보행자들이 보행신호를 지키지 않고 건너는 경우도 많습니다 :) 그만큼 운전자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운전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겠죠. 스웨덴에서 돌아 온 후 저도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운전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보행자들은 차를 세워줘도 길 건너기를 머뭇거립니다. 그만큼 한국운전자들이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죠. 잠깐 차를 멈춰 섰다 가도 많이 늦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보행자를 보호하고 배려해 주는 운전자들이 많아 졌으면 합니다.
2. 유모차 이동의 자유
북유럽 복지국가 답게 스웨덴은 아이를 키우기 너무나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육아휴가를 남녀 모두 당연하게 사용하고, 나라에서 양육비도 나오고, 보육시설도 좋죠. 육아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제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유모차를 끌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스웨덴에서는 지하철, 기차, 그리고 버스까지 그 어떤 대중교통도 이용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와 자동문, 저상버스 등 시설면에서 이동에 대한 걱정이 없죠. (심지어 스톡홀름에서는 유모차와 함께 타면 버스가 공짜입니다.) 물론 사람들의 배려는 기본이죠. 사회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이런 체계와 배려가 육아를 오롯이 부모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의, 그리고 국가적인 몫이라고 인식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이런 부분이 육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장애우 등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확대되어 그들도 편견이나 차별없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게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도 No Kids 존이 확대 될 것이 아니라 이런 인식과 시스템이 정착되어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3. 햇살, 그리고 햇살
스웨덴 사람들은 햇빛을 매우 좋아합니다. 햇빛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기간이 5월부터 9월정도로 짧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SciLieLab에서도 햇빛이 너무 좋으면 도시락을 들고 다들 밖으로 나가서 먹곤 했죠. 한국에서는 햇빛을 보면 살 탈까바 피했었는데 스웨덴의 햇살은 뭔가 달랐습니다. 정말 푸르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빛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온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에너지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황사, 미세먼지 말고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