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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전조(징조) : 어떤 일이 생길 기미

최재원lJuly 29, 2020l Hit 2004


   모든 나쁜 일은 발생하기 전에 전조가 있다. 2014년 6월 밤 12시경 오토바이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다. 오토바이 시동을 걸었는데 그날따라 출발이 불안했다. 늘 운전하던 오토바이였고, 스로틀 감각은 신발처럼 익숙한데도 불구하고 좁은 골목길에서도 속도가 많이 나고 평소와 다르게 차분하지 못하고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큰 도로에 올라서고 멀리서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뒤늦게 유턴하려는 반대편 차 옆과 부딪혀 종잇장처럼 날라가 4번에 거친 전신마취 수술을 받았다. 내가 경험했던 나쁜 일 중 한 예를 든 것이고, 생각해보면 항상 나쁜 일을 경험하기 전 어떤 기분 나쁜 기분이라던가 경고 차원의 미세한 맛보기 수준의 전조가 있었던 것 같다. 이것에 관해 주변 사람과 얘기를 해본 적은 없어서 내가 특별히 신기가 있는 건지, 예민한건지 알 수 없고, 미신을 믿는 성격도 아니다. 이 글을 읽고 공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대생이라면 무조건 학부 시절에 들을 ‘공학윤리’ 라는 수업 때 배운 내용이 생각이 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관련 내용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봉괴된 사건으로 약 1,445명이 다치거나 죽었고 약 2700억 원의 재산 손해가 있었던 이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건일터이다. 배웠던 수업내용은 삼풍건설사업의 부실 공사에 대한 내용과 과학자 및 공학자는 윤리적으로 이러면 안된다라는 교육이었다. 사건을 요약하자면 원래 삼풍랜드라는 명칭의 지상 4층의 상가건물로써 기반되어 지어진 건물에 삼풍건설산업 회장이 당시 시공사인 우성건설에 백화점 건물처럼 상가 벽을 없애라 요구했고, 이에 우성건설이 거절하자 삼풍건설산업이 사용용도 변경 및 구조변경에 대한 검토없이 설계, 공사가 강행되었다. 그 결과, 건물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여기서 내가 집중한 부분은 이 사건에도 전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5층으로 건물을 확장하고 5층을 식당가로 두면서 무거운 냉장고 등의 철제 가전제품이 설치되고 더군다나 에어컨 실외기를 옥상에 두면서 약 2년간 미세한 진동이 울리고, 건물 외벽에 미세한 금이 생기고, 물이 새는 등의 전조가 있었다. 나의 교통사고와 삼풍백화점 사고의 공통점은 이러한 전조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나쁜 일은 한방에 생기지 않는다. 비록 나의 교통사고는 차분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한 상태의 심리적인 전조였고, 삼풍백화점 사고는 물리적인 전조였지만 나쁜 일에는 복선이 있고, 나쁜 일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를 큰일이 일어나기 전의 복선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고, 관성적으로 가벼이 여기고 묵과하기 쉽다.

   과학자로서, 연구자로서, 또는 나아가 한 프로젝트의 리더로서 우리는 실험 및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러한 전조에 집중하고 경험을 통한 불안한 느낌에 예민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실에 입학한지 약 5개월이 되고 인턴 포함 1년동안 실험하면서 재료 고갈 및 장비의 사소한 문제점 등이 나중에 꼭 중요한 실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교수님께서 수업 때 프로젝트 플래닝에 대한 중요성을 가르쳐 주실 때, 나는 물리적인 전조현상들을 미리 예측하고 심리적인 전조현상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이해하였고, 그 방법들을 배웠다. 하지만 여러 일이 겹치고 바빠질 때에는 전조현상들을 느끼지 못하고 예민하게 캐치하지 못한다. 그때 마다 바이넬 선배들은 신기하리만치 이러한 전조를 잘 예측하고 계획하기에 항상 배우고 혼도 나지만, 바이넬에서 변해갈 나의 미래 모습이기에, 또 그것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기에 기쁘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문뜩 든 생각이 있다. 매우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세월호 사건 때 당시 세월호 선장은 (본인 말고 그 아무도 결코 알 수는 없는 것이지만) 신발처럼 익숙한 본인의 배에서 평상시와는 불안한 느낌을 느꼈을 수도 있고, 실제로 보고한 화물량 보다 2배를 실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전조를 느꼈지 않았을까. 그 느낌을 가벼이 여기고 묵과하지 않았을까.

Comment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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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원
    이충원
    2020-07-29 18:26:46
    재미있는 글이네요. prediction이라는 것은 경험이 정말 중요한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를 그리는 대로 되시길 바래요 :)

  • 정윤진
    정윤진
    2020-07-30 16:09:16
    안좋은 징조들을 애써 무시하며 방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전조를 민감하게 느끼고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신경쓰는 재원이가 환경안전 담당이라 든든합니다. ㅎㅎ

  • 이수민
    이수민
    2020-08-04 14:49:06
    누군가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흔히 오는 시그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잠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걱정으로 혼란을 겪을 때 어머니께서 제가 지갑을 자주 두고 다니거나, 평소보다 늦잠을 자거나 무언가에 집중을 잘 못하는 등 저의 아주 사소한 행동들을 보고 모두 알아채신 후 저를 다독이곤 하셨습니다. 이 역시 항상 지켜보고 신경쓰셨기 때문에 바로바로 느낄 수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항상 지켜보고, 의식한다면 쉬이 알아챌 수 있는 사소한 전조들이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조금이라도 관심을 놓거나 신경쓰지않는다면 쉽게 지나칠 수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본인에게 중요한 것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것이 바로 부정적인 전조들을 빠르게 알아채고 쉽게 원하는 트랙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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