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매일 새롭게 출판되는 논문들을 보면서 새삼 느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제목에 나와있듯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앎'이라는 의미의 '온고지신' 입니다.
기발하다고 생각되는 논문들이 공부해보면, 사실 다른 분야에서 과거에 사용되던 것을 적용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소개해 드리면, 최근 MIT Xuanhe Zhao 교수님연구실의 육현우 연구원은 Nature지에 5초만에 조직에 강력히 붙을 수 있는 bio-adhesive를 개발하였습니다. 현존하는 bio adhesive 중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빠르게 붙는 차별화된 bio-adhesive 였습니다.
여기서 핵심적이면서도 이제까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NHS-ester를 이용한 공유결합을 bio-adhesive에 적용하였다는 점입니다.
제가 놀랐던 점은 이 NHS-ester가 이미 기존에 단백질이나 항체를 염색시킬 때 사용되는 형광 염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던 tool이였다는 점입니다.
bio-adhesive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단백질이나 항체를 염색시킬 때 사용되는 형광 염료를 몰랐을 리가 없고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였을 텐데,
이걸 bio-adhesive에 적용시킬 생각을 왜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걸까요? NHS-ester의 존재에 대해서 아예 몰랐던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온고지신,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앎'에서 예전에는 '옛것을 익히는 것'만이 이 사자성어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었고 그것만 한다면
새로운 것을 깨우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옛것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것을 미루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옛것을 익히는 것, 지금으로 따지면 '공부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바로 제가 학부과정까지 계속해서 배워오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미루는 법은 이제까지 어떻게 배워온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어릴 때 흔히 사고력이라고 불리는 것일까?
기존의 수학공식들로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이 이런 미루는 법을 길러온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뭘 배운건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면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겠죠?
요즘 한가지 확실히 느끼고 있는 것은 대학원과정에서 연구를 하면서는 이런 미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항상 옛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제가 졸업할 때쯤에는 이 '미루는 법' 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