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말은 인생에는 항상 선택이 있음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 흔한 선택에서 점심메뉴조차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결정 장애'라고 한다.
'전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은 "오늘 뭐 먹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 주변에서 흔히 가지고 있는 것이 결정 장애인데,
나는 거의 말기 수준에 가깝다.
얼마나 심각하냐면, 어떤 글을 쓸지 일주일동안 고민하고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쓰고있는게 이 결정장애에 대한 에세이다.
생각해보면 대학생 시절에 음식점에 가면 "준원이가 몇 분 안에 메뉴 고를지 내기하자"는게 친구들의 소소한 재미였고
친구들이 놀려먹는 걸 알면서도 메뉴판을 다섯 번은 정독하고 있는 나였다.
당시 답답해하던 친구들에게 내가 배려심이 많아서 그러는거라며 웃어넘기려 했지만,
어지간히 답답했는지 꼭 줏대가 없는거라고 반박해서 할 말 없게 만들었다.
얼마 전 MBTI 검사가 유행했을 때, 친구들과 어울려서 했던 검사 결과를 한줄 한줄 읽어가다가
나의 성격 타입에 대한 Weeknesses 중 "Overthink Things"라는 문구에 매우 공감했던 적이 있다.
그 부연 설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메일을 쓸 때 종종 '기분나쁘게 들리진 않을지', '이 문장은 지우는게 나을지' 등
한참을 고민하며 send 버튼을 못누르고선 '너무 지나친 고민인가'라는 고민에 빠지는걸 보면,
별로 나아지진 않은 것 같다.
결정 장애는 왜 생기는 것인지 궁금해져 찾아봤는데,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1.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햄릿이 남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명대사에서 훗날 '햄린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나왔고
이 햄릿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결정 장애' 혹은 '선택 장애'라는 용어로 실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라 한다.
덕분에 훨씬 익숙한 결정 장애라는 용어를 빌리자면, 이 결정 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졌기 때문일수도, 자기주도적 습관이 형성되지 못하였을 수도,
반복된 실패로 인해 선택을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배려심이 많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아 씁쓸했다.
2. 얼마나 현대인에게 심각한 문제인지,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책까지 있다.
이 책의 주장은 앞서 언급한 원인 중에서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데,
이 글의 저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꼭 좋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렇게 답한다.
“자유가 생김과 동시에 잘못 선택할 가능성 또한 늘어났고, 그로 인해 위험성 또한 늘어났다.”
만약 선택안이 하나도 없다면 실망할 수는 있어도 후회할일은 없다.
어찌보면 결정 장애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것 같아 '너무 합리화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확실히 선택지가 너무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만 재미있는 관점인 것 같다.
이 글의 저자는 많은 선택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대처해야 할 방법으로 "적당한 만족자가 되라"고 요구한다.
저자의 말대로 적당한 만족자가 되는 것이 말처럼 쉬워보이지도 않고, 적당함의 기준도 모르겠고, 좋은 방향인지는 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도 여러 번 느낀 것을 보면 허송세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타협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결국 확고한 마인드와 주장을 가지는게 중요할텐데,
우선은 전 인류의 고민인 메뉴 선택부터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이정도면 충분히 괜찮아"라는 자기만의 역치를 정한 후, 결정을 비교적 간단히 하고
그 다음 사항은 발생시 대처해나간다는 마인드셋이 결정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