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스스로를 착한 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선하다는 것을 무엇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어머니 생신을 직접 축하드리고 감동적인 이벤트를 열어드리고자 하는 선한 마음에 기인하여 새벽부터 일어나 어머니 몰래 직접 미역국을 만들어 드린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는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준비하던 어린 아이의 성의를 실망시키기 싫어서 너무 고마워하며 맛있게 드셨다. 그 때는 몰랐지만 사실 어머니께서는 지병때문에 요오드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미역을 먹는 것이 위험한 상황이셨다. 또 한번은, 길에서 불쌍해서 데려온 메추리에게 더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샤워를 시켰는데 메추리가 죽었다. 이후 알았지만 메추리는 물로 목욕을 하면 심장마비, 저체온증 등으로 쇼크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무지함때문에 선한 동기로 시작한 행동들이 결과적으로는 악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선한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배워왔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위의 행동들의 결과가 좋지는 못했지만 선과 악의 경계에서는 선에 가까운 행위였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요즘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좋은 동기와 좋은 결과 중 무엇이 더 중요한 지에 대해 요즘 고민이 많다. 사람마다 이에 대한 정의가 다를 것이고, 실제로 윤리학에서 몇 백년간 논의가 되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현재 내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동기를 가지는 것은 중요하며, 이를 배우기 위하여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좋은 동기에서 시작된 행위들을 선이라 배워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메추리를 죽였고, 어머니의 병을 악화시킨셈이 되었다. 이제 내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지금, 선한 동기로 시작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다면 그것은 악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몰라서 그랬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이 어릴 때는 면죄부가 되었을지 몰라도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은 아무리 동기가 좋았더라도 몰랐기 때문에 나쁜 결과로 이끈 것은 죄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수업에 하루 결석을 하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가 좋은 의도로 본인도 모르는 새 대리 출석을 해주었고, 그 날 그 교수님께서 대리출석자를 색출해내서 F학점의 위기에 처한다면, 그 후배의 행동은 죄에 가깝지 않을까? (내가 그 후배였다.)
좋은 동기를 좋은 결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책임지고 배우고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 '선'을 추구하기 위해 내가 나아가야할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