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잠재력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는 자기개발서를 보았다. 평소에는 자기개발서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서점에서 우연히 첫 챕터를 보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선 트라우마에 얽매이는 대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순간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었다. 나를 이루는 것, 내가 즐기는 순간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곧 나의 힘이 된다는 뜻이었다.

지금 당장 일상 속에서 즐거웠던 순간들, 소소한 행복을 주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고, 크고 작은 경험을 기록하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했다. 어떤 것들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기도 했기에 나는 가족과의 시간들, 학창시절의 시간들 등등을 떠올리며 추억들을 작성했다. 그렇게 기록된 순간들은 '경험', '관계', '성취', '물건'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었고, 내가 가장 많이 기록한 것은 '관계'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됐다. (관계 >> 경험 > 성취 > 물건 순) 나에게 있어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힘이 나를 구성하는 것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게 틀림없는 듯 싶었다.

또한 내가 오랜 시간 머무는 곳에서 좋았던 경험을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었는데,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니, 처음으로 실험의 디자인부터 결과 확인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해냈을 때였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연구 결과에 신이 난 멤버들의 모습을 볼 때나, 오랜 시간 연구에 몰두하는 멤버들과 함께 일하며 시간을 보낼 때도 나에게 있어 즐거운 경험 중 하나인듯 하다.

그 모든 순간이 좋았던 이유는 당장의 성공이나 실패와는 관계없이, 내가 생각했던 바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연구라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과, 작은 성취일지라도 함께 기뻐하고 독려해 주는 연구실 멤버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관계와 경험은 언제나 중요한 요소이고, 연구실에서의 생활이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이런 나에게 있어 슬럼프는 단순한 목표 상실이나 피로감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긋남이 생겼을 때 찾아오는 것 같다. 관계의 어려움을 맞이해서 슬럼프에 직면 했을 때, 우리 개개인은 모두 서로 다른 소우주를 가졌기에 그 관계를 억지로 해결하려는 행위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기다리며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PS. 짤막한 글을 쓰고 나니 연구실의 다른 멤버들은 어떤 힘으로 나아가는지, 혹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