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인턴으로 바이넬에 처음 발을 들인 뒤 1년 반이 지난 지금, 바이넬의 일원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입학 이후 한 학기 동안 대학원 생활이라는 긴 항해를 해 나아감에 있어서 어느 별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고, 이번 새해 다짐을 통해 그 고민을 더욱 구체화하여 다른 멤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인턴 기간 동안에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성과를 공유해 왔지만, 입학 후에는 여러 팀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훨씬 더 많은 바이넬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각자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교류하면서, 그들의 강점을 어떻게 흡수하고 배워야 할지 알게 된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제 자신이 고쳐야 할 점들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제가 함께 일하고 있는 IP, 차세대 건강검진, Methyl-seq 팀원들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다음에는 이를 잘 흡수하기 위해 다음 한 해 동안 달성해야 할 정성·정량적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 그 목표를 모두 이룬 뒤 제가 어떤 연구자로 성장해 있을지를 상상해 보고자 합니다.
남필 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단시간에 프로토타입을 설계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일론 머스크 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먼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보여주는 작동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중간중간 떠오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팀의 방향성을 바꾸고 싶어질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때 아이디어를 그대로 제시하는 것보다는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실험 결과, 분석 파이프라인 등 가시적인 무언가를 준비해 가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남필이 형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 역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빠른 시간 안에 행동으로 옮겨 현실화하는 능력을 배양하여 연구자로서의 학문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소망, 하민 은 타인의 why에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불완전한 아이디어에 구체성과 완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완결성 뿐 아니라, 나의 why를 이해해 주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잘 동기부여된 연구자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실 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의 일에 부쳐 다른 사람의 말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은데,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간직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다른 사람의 why를 잘 파악하는 능력은 함께 과제를 작성하거나 발표자료를 만들 때도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망 누나와 리더 후속 과제를 작성하면서 제안서 작업을 함께 진행할 기회가 많았는데, 소망 누나의 그림을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풀어내었다는 것이 잘 느껴지곤 했습니다. 또 하민이 형과 Methyl-seq 팀의 progress 미팅 자료를 준비하면서 cell deconvolution의 컨셉을 설명하는 그림을 그리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수치적으로 설명하는 그림을 그리려 했던 저와 달리 직관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을 잘 그려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 사람의 역량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습관은 결국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수빈 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깊게 고민한 후, 중요한 조언을 해주는 데에 뛰어납니다. 수빈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단순히 방법론적 오류나 논리적 비약을 지적하는 내용의 질문이 적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것보다는 상대방이 / 제시한 아이디어로 어떠한 목표를 이루려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 그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서 / 제시된 아이디어가 적당한지 검토하고 난 뒤 조언을 준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저 역시 유의미한 질문의 빈도를 높이기 위해 수빈이의 사고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재원 은 경험에서 비롯한 진실된 조언을 가감없이 주는 데에 능합니다. 입학 이후 분석 업무에 치중하여, 관심 분야에서 어떤 최신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에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이 때 받은 재원이 형으로부터의 조언을 통해 관심 분야의 논문들을 주기적으로 트랙킹하며 레퍼런스를 관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논문 읽기를 소홀히 하지 않으며 이를 통해 학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연구가 가지는 강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연구자가 되고자 합니다.
준원 은 기획자로서 다른 팀원들이 해결하기 어려워하는 제반 사항들을 잘 다루고, 프로젝트를 high level에서 바라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IRB 승인 절차 등 가치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행정적 업무들을 능숙하게 진행하고, 기획자의 관점에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 및 방향성을 바로잡아 주는, 차세대 건강검진 팀의 아버지 같은 역할을 잘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의 연구가 가지는 가치를 과학적 발견 / 데이터베이스 제공 / 메타데이터 활용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부자의 시선에서 우리 연구에 객관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준원이 형을 통해 연구란 새로운 발견 뿐 아니라 사회에 일으키는 변화의 정도를 통해 그 측정 가치가 증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혜린 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가공하여 전달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Methyl-seq 팀에서 함께 일하며 암종 subtype 별 치료 방법, 선행논문에서의 실험 프로토콜, 스터디 디자인 등 많은 양의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읽고 조사하여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가능한 모든 경우에 대해서 검증하고 실험을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혜린 누나는 수많은 자료들 중 유의미한 정보들을 분리하고, 그것들을 구조화하여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claim point를 디자인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조합의 실험 조건들을 구성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잘 한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현실적인 스코프 내에서 수행되지 못하면 real-world impact를 가져가기는 힘들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혜린 누나의 능력이 팀을 유의미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좋은 아이디어를 구현 가능한 틀에서 해석 및 현실화하는 능력을 갖추어 나가고자 합니다.
경섭 은 생각을 잘 갈무리하여 정돈된 말하기를 하는 능력 / 계획적으로 일하고 과업을 적당한 시점에서 마무리짓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차세대 건강검진 팀에서 진행하는 분석의 경우 실험 디자인이 특정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보니, 팀원마다 각자의 가설을 가지고 분석 내용을 준비해 가게 됩니다. 명확한 방향성 없이 분석 과정 자체에 골몰하다 보면 방법론에 압도되어 명확한 메세지를 잃게 되기 쉬운데, 다차원적인 분석을 수행하면서도 방향성을 잃지 않고 다른 팀원들을 설득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또 대화를 하다 보면 단순히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background를 잘 고려하여 배려하는 말하기를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준 은 풍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유의미한 조언을 잘 해줍니다. Single cell 팀에서 오래 활동해 온 만큼 SLACS 장비를 이용한 데이터 생산 및 처리 전 과정에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고, methyl-seq 팀에서 SLACS 장비를 활용하여 수행하는 실험 전 과정에 많은 조언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wet/dry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바이넬 멤버 중 한 명으로, in silico 분석으로 시작한 저와 주로 wet 실험을 담당해 주고 있는 하민/혜린 사이의 훌륭한 가교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팀원들의 강점을 잘 배워 나가기 위해, 저는 새해 목표로 다음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정량적 목표
- 주 1편 이상의 논문을 꼼꼼히 읽고 요약하여, 연구 아이디어나 분석 방법을 기록으로 남기기
-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아이디어를 간단한 프로토타입(분석 파이프라인, 예비 실험 결과 등)으로 구현해 팀원들에게 공유하기
- 진행 중인 프로젝트별 진척 상황과 아이디어의 Why 를 정기적으로 문서화해, 분기마다 reflection report 작성하기
2. 정성적 목표
- 팀원들의 Why 에 꾸준히 귀 기울이고, 주 1회 이상 타인의 아이디어를 한걸음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질문 또는 조언 건네기
- 과제 제안서나 발표자료를 만들 때, 다른 사람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이미지·도식 등을 활용해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 빠른 프로토타이핑 팀 내 공유를 통해,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검증하고 설득하는 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이러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저는 아이디어를 단숨에 프로토타입으로 전환해 내는 실행력과 동시에 타인의 목표와 시선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효과적인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더 나아가, 바이넬 멤버들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팀과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데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25년이 끝나갈 즈음에는 더 많은 팀원들과 실무적으로 교류하며, 제 자신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바이넬 멤버 모두 남은 연말 즐겁게 보내시고, 올 한 해 세운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기쁨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