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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0.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 &1

김준회lApril 7, 2015l Hit 1745



10년전 쯤, 꽤 어렸을때 혼자 끄적였던 글이 있는데 말투를 바꾸고 약간의 살을 덧붙여 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사상의 하나의 단면을 보여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배웠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0.9999999999999… 일명 “0.9땡”이라 불리는 숫자가 있습니다. 그 의미는 간단합니다. 0.999999999….와 같이 소수점 자리가 하나씩 내려가면서 10진수 기준으로 다음 자릿수로 올리기에는 모자라지만 나머지 숫자 중 가장 큰 9라는 숫자를 계속 채워가면서 이루어지는 숫자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과외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한소수이자 순환소수가 될 겁니다. 순환소수를 분수 꼴로 나타내는 테크닉을 함께 배웠었는데 0.9땡 과 같이 구조가 간단한 순환소수의 분수 꼴 변환은 매우 쉽습니다. 해당 공식에 따라 변환을 해보면 0.9땡 = (1/9) * 9 = 1 이 됩니다.


제 궁금점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무한소의 개념을 빌려오면 0.9땡과 1은 ε(입실론)만큼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조금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 논리적인 철저함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까칠함입니다. 이러한 수학의 속성을 생각했을 때 이만한 파격 -- 같지 않은것을 같다고 하는 -- 도 없는것 같습니다. 

 

두 숫자의 크기 차이가 무한히 작기때문에 그 차이를 무시하여 0.9땡과 1을 같은수로 여기기로 약속을 하는것이 수학자들의 생각은 아닐겁니다. 제가 수학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고, 수학사는 더더욱 모르며, 글을 쓰는 이 자리에서 관련한 구글링조차 해보지 않았지만 차이가 무한히 작다는 이유로 양자 사이에 등호를 허락하는 행위 따위는... 공학에서는 친숙하지만 수학의 모습은 아닙니다. 분명 제 수준을 뛰어넘는 그들만의 고차원적인 고찰끝에 두 수는 정확히 같은 숫자라는 허락 아닌 결론이 얻어졌을 겁니다. 어쩌면 그러한 고찰이 사치일 정도로 두 수의 동일함은 자연스러운 진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0.9땡을 무한급수로 표현하면 당연히 1이 됩니다. 저는 극한의 개념을 배워서 계산에 활용할 줄은 알지만 그 본질적인 속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극한을 대하는 제 생각은 변하지 않았네요.) 극한의 본질, 아마도 수학의 본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저는 오히려 논리라는 날카로움으로 무장된 수학이라는 학문이 두 가지 조금은 다른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히 다릅니다) 숫자를 같다고 인정해주는 데서 자비로움을 느낍니다. 이것은 마치 절대적으로 완벽한 친구와 그 친구를 목표삼아 끝없이 다가가 보지만 결국 조금은 뒤쳐진곳에 놓여있는 또 다른 친구를 같은 위상에 올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엔트로피에 지배되고 비상식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이 논리와 질서가 전부인 수학이라는 세계에서는 받아들여 지는 모순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따지고 또 따지는 구차함의 극치를 달리는 논리적 본질 추구의 학문인 수학이 내린 결론에서 모순적인, 그래서 인간적인 면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수학도 그 자체로 “닫혀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이 세상을 정돈한 수학자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실제로는 잘 모르면서 수학의 절대성과 완벽함에 고개를 끄덕이는 연기를 하는 안전한 선택, 그리고 단편적 상식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제 고집에 근거하여 여전히 0.9땡과 1이 아주 조금은 다르고, 그 차이 만큼 수학은 자비롭고 인간적인 학문으로 여기는 선택, 저는 망설임없이 후자를 택하며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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